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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관

한국의 금관
한국의 금관

전 세계 고대 왕국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전하는 금관은 100여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금관은 고구려 1점, 가야 2점, 신라 7점 등 모두 10점이다. 아직 발굴되지 않았지만 금관이 부장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신라 고분의 금관과 그동안 발굴된 금동관까지 포함하면 금관은 한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금관의 조형적 특징과 의미, 금관의 기원 등을 논리를 세워 서술하고 주장한다. 김대환 지음, 경인문화사, 2만5000원.동행복권파워볼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록 음악의 황금기로 불렸던 1960년대는 비틀스의 해체, 히피 운동의 종말 등로 끝났지만 그 유산을 바탕으로 더 강렬한 사운드와 연주를 추구하는 ‘하드 록’이 나타났다. 하드 록은 본격적인 헤비메탈로 발전하며 1980년대 이르러 전성기를 맞았고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블랙 사바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부터 본조비, 스콜피언스, 메탈리카 등을 비롯해 헤비메탈 음악의 다양한 장르와 발전사를 풀어썼다. 남동현 지음, 바른북스, 1만2000원.

넥스트 티처

넥스트 티처
넥스트 티처

교육이 기회가 아닌 학벌로 변질돼 특권이 되고 그 특권은 대물림되는 현실이다. 부모의 돈과 권력에 따라 자녀의 학교와 대학 입학이 좌우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이후 시대에 암기식 시험 위주의 교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독일에는 입시 지옥, 사교육비, 대학 등록금이 없다. 자원 없는 한국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 인재 부국으로 가야 한다. 김택환 지음, 에듀니티, 1만5000원.엔트리파워볼

풍경의 깊이

풍경의 깊이
풍경의 깊이

화가 강요배가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표작 130점 사진을 함께 실었다. “어떻든 여기 한 권의 글 모음이 있다. 내 인생 45년간의 생각들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에 쓰인, 많지 않은 글들이다. 한데 모인 글을 보니 살아온 시간에 따라 내가 여러 사람의 나로 나뉘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이든 내가 청장년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젊은 나는 미숙했으나 지금의 나보다 먼저 살았다. 젊은 나들이 있었기에 뒤따르는 지금의 내가 있다.” 돌베개, 3만8000원.하나파워볼

양손잡이 경제

양손잡이 경제
양손잡이 경제

양손이란 성장의 오른손과 분배의 왼손을 말한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과제는 단선적이지 않다. 성장률도 끌어올리고 양극화도 완화해야 한다. 저자는 “성장 대 분배, 시장 대 정부, 작은 정부 대 큰 정부, 기업 대 노동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배척하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이 과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방전도 실용적이고 융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남수 지음, 새빛, 1만5000원.

[앵커]

코로나19로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사린진 서울을 위해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나섰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가장 먼저 서울에 오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은 홍보영상이 오늘(11일)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복을 빌려 입고 나온 외국인들이 즐겨 찾던 덕수궁.

요즘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던 홍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붐볐을 서울 홍대의 거리입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도 거의 볼 수 없고, 1층의 점포들도 많이 비어있습니다.

한국 방문 외국인은 급감했습니다.

3월부터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4.6% 감소했고, 이후엔 더 악화했습니다.

업무차 오는 사람을 제외하곤, 관광객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의 호텔업계는 아예 영업 전략을 바꿨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낮에 호텔에서 일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김현숙/글래드호텔 커뮤니케이션팀 : “사실 외국인 관광객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그 부분에 내국인분들이 이용하실 수 있는 패키지를…”]

지난해 서울시 관광객은 역대 최대인 1,390만 명, 올해는 2,000만 명까지 예상했지만 170만 명에 그칠 전망입니다.

[“많이 기다렸죠? 대신 더 특별한 서울을 보여줄게요.”]

관광객이 사라진 서울 홍보를 위해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이 나섰습니다.

다시 여행이 시작되면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이 되길 바란다는 ‘회복’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됐습니다.

[주용태/서울시 관광체육국장 :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관광에 대한 트렌드를 저희는 이제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안전한 곳을 많이 찾아가고…”]

특히 방탄소년단 7명의 멤버들이 재충전, 일상 탈출 등 테마별 관광을 직접 안내해 서울 관광에 대한 기대감과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윤대민/영상편집:박경상

민정희 기자 (jj@kbs.co.kr)

[경향신문]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 244쪽 | 1만4000원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계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대책없이 넘어지더라도 끝내는 잘될 거라고 다독이는 마음. 김금희의 새 장편소설 <복자에게>는 예고없이 인생에 찾아오는 실패, 그리고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6만부가 팔린 첫 장편 <경애의 마음>에서 ‘언니(이자 공상수)’가 건넨 이 위로의 말처럼, 실패한 시간과 부서진 마음을 매만지고 회복시키는 단단한 발걸음들을 그린다.

소설가 김금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는 예고없이 인생에 찾아오는 실패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의 한 부속섬에서 보낸 나날들에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는 김금희 작가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제공
소설가 김금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는 예고없이 인생에 찾아오는 실패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의 한 부속섬에서 보낸 나날들에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는 김금희 작가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제공

제주 섬 단짝 소녀들의 해후
간호사였던 복자와 판사인 영초롱
예고 없이 인생에 찾아온 상처 치유기

소설은 ‘일하는 사람들의 섬’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열세살 ‘이영초롱’은 외환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던 1999년, 부모의 사업이 완전히 망해버리면서 제주로 보내진다. 장래희망이 ‘사자’인 남동생은 서울에 남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자신이 제주의 고모에게 맡겨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는 이영초롱은 서울에서 교육받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쓴 제안서까지 부모에게 내보이지만 소용 없었다. 제주 본섬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 봄의 청보리밭이 유명하고 ‘전사들’ 같은 해녀들이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이 작은 섬에서 이영초롱은 동갑내기 ‘고복자’를 만나 단짝이 된다.

섬에 왔으면 할망신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영초롱을 잡아끄는 복자는 당차고 야무진 아이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도 다시 얼리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제주말로는 ‘요망진’ 아이. 키우는 개에게 눈썹을 그려주며 그건 “일종의 농담 같은 거”라고, “농담은 우리에게 일종의 양말 같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길 줄 아는 아이였다.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것.”

둘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어른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은 “어른들 같은 기만의 기술”도, “한 번 받은 상처를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는 기술”도 없었던 두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고,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영초롱이 서울로 돌아가면서 서로 소식마저 끊기게 된다.

소설은 둘의 어린 시절과 판사가 돼 다시 제주를 찾은 영초롱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법관 일에 회의를 느끼며 “내면에 어딘가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난” 판사 이영초롱은 분노를 견디지 못해 법정에서 욕설을 쏟아낸 일로 제주로 좌천된다. 그리고 열패감을 안고 돌아온 제주에서 복자와 재회한다.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복자는 아이를 유산하고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다른 간호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제주 간호사들 산재 사건 모티브로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말자
무심한 듯 건넨 특별한 위로

김금희 작가는 2009년 제주의료원에서 발생한 간호사들의 산재 사건과 소송을 모티프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임신 중에도 유해약품을 분쇄하는 업무를 했던 간호사들은 유산을 하거나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 원심을 깨고 산재를 인정했다. 사건 발생 10년 만의 판결이자 태아의 건강 손상도 여성 노동자의 산재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김 작가는 “그 산재 인정을 위해 무려 8년간 싸워온 분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소설로 가져와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짚어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금희는 노동과 여성, 재난, 소수자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자신의 소설에서 다뤄왔다. 전작 <경애의 마음>에서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을 서사의 중심에 위치시켰던 그는 간호사들의 법정 투쟁 외에도 제주 4·3, 이른바 ‘분신 정국’이라고 불린 1991년의 어떤 죽음들, 국정농단,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 등을 소설의 무대로 불러왔다. 노동하는 이들, 제주의 해녀들처럼 생을 짊어지고 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경애하는 마음’도 읽힌다.

이번 소설에서도 김금희의 문장은 반짝거린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말 속에 묻어나는 유머, 가만가만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소설은 여러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슬픔과 기쁨 사이에 걸려 있는” 감정들을 똑바로 마주보는 인물들을 그린다. 김금희의 인물들은 다정하고 넉넉한 위트로 실패의 시간마저도 끌어안으며 회복해 나간다. 그것이 김금희 소설이 주는 특별한 위로의 방식일 것이다.

2018년 제주의 한 부속섬에서 보낸 나날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쓰게 됐다는 작가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작가의 말’) 한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경향신문]

스모킹 오레오
김홍 지음
자음과모음 | 260쪽 | 1만3000원

제멋대로 흘러가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럭비공처럼 튀다 어디에 도달할지 후반부에 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꽤 흥미진진하니 책을 쉽게 덮지도 못한다.

어느 날 게임 참여를 독려하는 e메일이 서울 청계천 공구 상가로 날아든다. 실제 총을 만들어 쏘는 게임이다. 참가자들한테는 미군의 제식 소총인 M4A1의 세밀한 설계도면이 완전한 형태로 제공된다. 성공하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다. 기술자 10여명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총기사고가 연달아 발생한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수안은 머리에 총을 맞고도 극적으로 살아난다. 윤정아는 오수안의 앞에서 가슴에 관통상을 입는다. 기자 박창식은 밤에는 도둑질을 하기로 결심하고 조직을 결성한다. 국가정보원 직원 고민지, 총 빼고는 뭐든지 만들 수 있는 기계공학과 대학생 임다인, 사회복지사 양은아 등이 박창식과 함께한다.

이들 말고 주요 배역이 하나 더 있다. ‘총’이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총이 나타나 ‘사람처럼’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말이 안 되는 설정이 난무한다. 오수안은 과자 오레오를 마약처럼 흡입하고, 윤정아는 혼이 되어 날아다닌다. 도대체 이 책을 쓴 소설가는 얼마나 뻔뻔스럽기에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구라’를 치는지 얼굴이 궁금할 지경이다. 그 와중에 기자나 국정원 직원, 사회복지사 등 직업에 대한 묘사는 또 그럴듯하다.

2017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김홍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이기호는 이렇게 평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그게 바로 김홍의 소설이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경향신문]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김은령 옮김
김영사 | 276쪽 | 1만5500원

1970년대 대서양 연어의 전 세계 생산량은 연간 1만3000t 정도였다. 오늘날 대서양 연어 생산량은 300만t. 노르웨이 피오르에 자리한 거대한 양식장이 만들어낸 변화다. 1㎏의 연어를 얻으려면 3㎏의 먹이가 필요하고, 1㎏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양식장에서 연어 1㎏을 얻으려면 작은 물고기 15㎏이 필요한 셈이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돼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멸치·청어·정어리들이 점점 더 많이 양식장으로 향하면 돌고래·바다사자·혹등고래들은 괜찮을 수 있을까. 양식 이야기는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육류 생산 과정을 장소만 바닷속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수백만마리의 동물이 좁은 공간에 갇혀 짧은 삶을 살고 나서 우리 뱃살로 자리 잡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 삶은 이대로 지속 가능한 것일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랩 걸>로 탁월하게 그려냈던 호프 자런(Hope Jahren)이 오늘날 인류의 풍요로운 삶이 지구 환경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았는지 풀어낸 책이다. 원제는 ‘The Story of More’. ‘더 많이’만 외쳐온 물질문명이 망가뜨린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삶이 더 안전하고 편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선 기후위기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겁을 주기보단, 지구에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적게(Less)’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건넨다. “1960년대에는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생태계의 파괴를 예견했다면, 우리 세대에서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옮긴이의 상찬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 이면의 불평등과 자원 고갈, 넘쳐나는 쓰레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배출량이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 이면의 불평등과 자원 고갈, 넘쳐나는 쓰레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배출량이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0억t의 곡물을 동물에게 먹여서
얻는 건 고기 1억t과 3억t의 분뇨
‘더 많이’ 풍요가 망쳐온 생태계
소비중독 사회 모순 친절히 설명
겁주기보다 작은 실천 제안 공감

책에서 지구의 변화를 설명하는 소재로 선택한 것은 1969년 9월27일 태어난 1000만명 중 한 명인 저자 자신의 삶이다. 35억명이었던 인구가 70억명으로 늘고, 기대수명이 80세에 육박하게 된 지난 50년 동안 식량 생산 방식과 에너지 소비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러한 연쇄가 지구에는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매년 10억t의 곡류를 생산하던 지구는 이제 30억t을 생산한다. 전 세계 육류 생산은 연간 3억t을 넘어서 1969년의 세 배로 늘었다. 소고기는 두 배, 돼지고기는 네 배, 닭은 열 배 더 생산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 덕분이다. 오늘날 인간이 10억t의 곡물을 먹어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10억t의 곡물은 동물 먹이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게 먹여서 우리가 얻는 것은 1억t의 고기와 3억t의 분뇨다.

남아도는 곡물은 ‘바이오 연료’ 재료가 되기도 한다. 수만㎢의 땅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려 농작물을 거둬들여 가공한 후, 그것을 짓이기고 발효시켜 연료로 만드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고갈되어 가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되는 막다른 길에서 “사람을 위한 음식을 자동차를 위한 연료로 만드는” 기묘한 혁신을 내놓은 것이다. 어떻게든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만은 피하려는, 소비중독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책은 친절하며 다정하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얘기를 꺼낼라치면 화부터 내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으로도 읽힌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고, 역대 최장 장마에 연이은 태풍으로 기후변화의 위협을 실감하면서도 직접적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내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당면한 위기를 남일 보듯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 후에도 이 지구상에 생명체는 남아 있을 것이지만, 두 발로 걷고 불도저를 운전하고 비행기를 모는 포유류가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공룡들처럼 우리도 그 후의 일에 관해 상상할 수는 없다.”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 이를테면 고기 섭취를 매주 1800g에서 900g으로 절반 정도 줄인다면 1억5000만t의 곡류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엄청난 희생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희망(Hope)이라는 이름의 저자는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유치환의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는 시구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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